'위대한' 뀀


날짜 2019-01-25 10:38:52 조회


뀀의 근대사를 찾아보면 육식과 함께 목축업을 주업으로 삼은 중앙아시아의 무슬림에서 근간을 찾을 수 있겠지만 인류의 기원과 결부해볼 때 녀성들의 로동이였던 기초적인 식물채집의 모계사회로부터 직립보행에 의해 남자들의 전유물로 간주 된 사냥이 가능해진 부계사회에서 그 기원을 엿볼 수 있다. 더우기 불의 발견으로 의해 육류를 불에 구워 섭취하면서부터 영양의 소화섭취가 훨씬 수월해져 단백질이 주된 성분인 대뇌의 발전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니 뀀은 인류발전에 큰 기여를 한 위대한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육식중심사회의 산물인 뀀이 초식위주의 우리 생활에 올방자를 틀기 시작한건 아마도 생활이 점차 피여가던 지난 80년 대말, 90년대초가 아니였나 싶다.

지금처럼 외식이 흔하지 않던 소시적 우리집 주된 외식메뉴는 랭면과 뀀이였다. 특히 육류섭취가 흔하지 않던 그 시절 뀀 한끼 얻어먹는다는 건 생일이나 반가운 손님의 방문이 아니면 거의 없는 호사였다. 추억의 뀀집은 등불이 찬연하고 혹은 고풍스럽거나 스마트한 인테리어로 손님을 끄는 요즘 뀀집보다는 길가던 주정뱅이들의 로상방뇨로 지린내가 구질구질 절어있는 시가지 침침한 골목에 오래된 자전거에서 뜯어낸 녹 쓴 방울을 대롱대롱 매단 낡은 문이 딸랑딸랑 명쾌한 소리를 내며 부산하게 열리고 대개 세멘트구조에 흰 타일로 대강 마무리지은 소박한 간이테이블 서너문개의 작은 가게일 것이다.

가게 안쪽에서 이튿날 찾을 손님을 생각하며 온 밤 부지런히 꼬치에 고기덩어리를 꿰던 산발에 가까운 싸구려파마머리 아주머니의 하품은 겨울날 통학뻐스를 기다리며 추위에 옹송그리는 아들을 생각하며 긴긴밤 실타래를 새벽같이 줄이던 어머니의 뜨개질과 다를 바 없다. 잠간의 낮잠 끝에 통과의례로 들린 화장실에서 나오는 뀀집아주머니의 손에 묻은 몇방울 물은 어린 손님을 위한 극진한 배려가 아닐 수 없으며 하얀 타일의 테이블에 덕지덕지 응고된 누우런 기름은 워낙은 피가 되고 살이 되여야 할 어느 륙지동물의 고기가 가열돼 튕겨서 응어리 진생의 꽃잎이다. 위생을 고려해 거무뎅뎅한 행주로 슥 문지르는 아주머니에게 손사래를 치는 젊은 막벌이군 아버지의 눈은 아들에게 고기를 먹인다는 자부심으로 그윽하다.

빠알갛게 달아오른 자작나무 목탄우의 잘 구워진 뀀은 한창 자랄 나이인 귀여운 아들의 몸뚱아리에 골고루 쌓여 자신을 닮은 탄탄한 대장부로 키워줄 것이다. 그러한 뀀을 지금 당신이 골고루 굽고 있으며 체력로동의 고단함을 말끔히 가셔줄 시원한 맥주 한병 주문하는 자신에게 뭐라고 안해가 바가지만 긁지 않는다면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마지막 결산은 흔쾌히 자신이 할 것이다. 지금은 분자음식이니 뭐니 해서 뀀도 류행에 따라 양이나 소 등의 가축 내장들도 가세했다. 우리 의 기호에 맞게 고기덩어리를 크게 베여내서는 큰 뀀이요 작은 뀀이요 또는 지역에 따라 훈춘뀀이요 도문뀀이요 분류가 다양하지만 적어도 소시적 뀀에 대한 인상은 양의 살코기 몇점에 비게 몇점을 섞어 꿴 신강식 뀀이 주류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양고기뀀의 정석은 양념을 하지 않은 생고기뀀이다. 양념에 재운 뀀은 주인집의 량심에 따라 신선한 고기를 사용할 때는 뀀맛이 배에 이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신선하지 않은 고기를 사용할 적에 맛에 차질이 있는 건 물론이요 화장실이 집안에 있지 않은 그때 당시 큰 고사가 아닐 수 없다. 고로 한때 뀀집마다 앞마당에 통양을 비껴매여 고기신선도를 소문내는 경우도 푸술했다. 지금에야 랭장고도 모자라서 김치랭장고까지 따로 갖추는 가정집이 많지만 당시 동네 뀀집이라야 기껏 랭수에 고기를 불려서 수시로 랭수를 바꿔가며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이 최선일 때여서 통양을 내걸고 광고를 내는 기발함이야 점수를 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해도 날씨가 선선한 봄가을이나 겨울이라면 모를가 찌물 쿠는 삼복철 뀀집마당을 지나다 보면 변질한 양고기에서 배여나오는 피물로 파리가 모여들어 되려 꼴불견이기 십상이였다. 드문드문 고기추렴에 온 세상을 가진 듯 행복하던 그제날에 비해 먹을 것이 넘쳐나 고민인 요즘에도 나는 뀀이 참 좋다. 더우기 물류나 랭장시설이 발달한 요즘, 고기신선도에 신경 쓸 필요도 없이 길가 아무 뀀집에 들려도 신선도가 보장되는 양고기뀀에 나는 환장을 한다.

대신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타없이 랭정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자원결핍으로 나무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목재값이 부지기수로 치솟아오른 요즘 한번 타오르면 두어시간씩 가는 참나무목 탄 대신 참대나 기타 나무 톱밥을 화학물에 재워 물리적으로 압축하여 재가공한 목탄은 참나무목탄에 비해 발열량도 떨어지지만 참나무 특유의 고유향 이 배여들지 않아 맛이나 식감상 많이 못해지기가 십상이다. 때문에 요즘 대부분 뀀집에서는 우로 연기를 빨아들이는 상단흡연방식보다는 아래쪽으로 연기를 빨아들이는 하단흡연방식을 많이 쓴다. 아울러 우리가 찾은 뀀집의 숯불가마가 상단식 흡연일 경우 부위별로 된 생고기뀀이 추천메뉴일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하단식 흡연일 경우 양념에 절인 숙성뀀이 추천메뉴일 가능성이 많다. 목탄의 재질이 고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부분이다. 혹시 생고기뀀보다 양념된 고기를 선호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찾은 뀀집이 생고기만 고집한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하나도 없다. 신선한 닭알 하나에 초고추장 한술, 식초 한술 곁들여 만든 닭알 소스는 오히려 여느 양념고기 못지 않게 생고기에 기를 불어넣는 신의 한수다. 신선한 닭알은 영양도 영양이겠지만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어 식초와 초고추장으로 상큼해진 뀀에 최고의 식감을 선사한다. 경우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뀀집에서 고기가 식상하고 느끼할즈음 마늘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마늘이 지방의 흡수를 높인다는 사실은 아는지 모르겠다. 나같이 먹을 것에만 환장하는 남자라면 모를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미녀일 경우 삼가해야 할 사항이겠다.
작가:강철영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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