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 한마디


날짜 2019-07-16 10:19:39 조회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 살아감에 있어서 아주 기본적인 조건으로 되는 매너 즉 례의범절 얘기를 하려 한다.
작년에 나는 교통사고를 당한 적 있다. 지점은 연길시 하남의 어느 골목인데 내가 길에 들어서려 할 때 갑자기 내 옆편으로부터 승용차 한대가 불쑥 나타났다. 그 바람에 나는 차에 부딪치여 어느 결에 저쪽에 나동그라졌다. 다행히 넘어가는 순간 엉겹결에 두 팔로 땅을 짚었기에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벌떡 일어서 보니 운전수는 한 젊은 녀성이였다. 그녀도 뜻밖에 일어난 사고로 몹시 당황해하는 모습이였다. 몸에 별로 이상이 없고 상한 곳도 없기에 나는 오른손을 저어서 그녀더러 그냥 가라고 하였다. 나는 이미 퇴직한 사람이라 시간과는 별로 무관하지만 젊은 녀성은 출근길일 수 있기에 그 점도 념려했던 것이다. 그때 한창 혼잡한 출근고봉시였다. 이른바 러시아워(rush hour)였다.
인간이라면 이럴 때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가라는 손짓에 좋아라고 줄행랑을 놓았다. 차문을 열고 다치지 않았느냐고 묻지도 않았고 더우기 차에서 내려 나의 상황을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일이 지난 뒤 나는 아주 유감스러운 감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 전문 운전수를 거냥한 이른바 ‘일부러 꽈당(碰瓷)’이라는 족당까지 나타나 횡행하고 있는 판에 나 같은 사람을 만났으니 다행이지 내가 시비걸면 그 쪽은 꼼짝 못하는 판이다. 백번 이마를 쪼아대며 절한다 해도 시원치 않을 것이다. 내가 적어도 전화번호를 달라고 떼질 쓰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는 전화번호도, 그녀의 이름도 묻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말 한마디 없이 뺑소니쳐버렸다.
또 한번은 올해 겪은 일인데 뻐스에서 한 소학생 녀자애가 배가 아프다고 뻐스바닥에 움츠리고 앉아있기에 내가 보기 민망하여 앉았던 자리를 내주었다. 아이는 도중에 한 역에서 하차하였으나 내 자리에 앉을 때나 차에서 내릴 때나 말 한마디 없었다. 어린애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옆에 같이 있던 중년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은커녕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런 어색한 무언의 상태가 뻐스에서 내릴 때까지 지속되였던 것이다.
나는 그까짓 자리 하나를 내주었다고 큰 일 했다고는 꼬물만치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이런 때 적어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고맙다’는 말은 아주 평범한 말이지만 인간관계를 원활히 만들어주는 촉진제 역할을 논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구역의 철대문을 열려면 번마다 카드를 찍어야 한다. 방범조치로는 역할을 놀겠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좀 번거로운 일이다. 특히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젊은 엄마들과 지팽이를 짚고 간신히 걸어다니는 어르신들에게는 철대문이 결코 고맙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때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앞질러 달려가 철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나는 이런 광경을 목격할 때마다 문을 열어주는 사람도 대견해보이지만 ‘고맙다’고 머리숙여 인사하는 젊은 엄마들과 어르신들의 모습에 더욱 가슴이 뜨거워진다. 비록 남의 도움을 받는 ‘약소처지’이지만 고마움을 알아주는 그들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가슴에 와닿는 것이다.

젊은 엄마들이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기한테 “고마워요”라고 말하라고 타이를 때, 어르신들이 “고맙습니다.”고 젊은이들에게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할 때 이 세상은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다. 골짜기에 놓여있는 다리가 산봉우리와 산봉우리를 련결하는 길이라면 ‘고맙다’는 말은 인간과 인간의 마음을 이어주는 끈끈한 뉴대이다. 고마워할 줄 아는 것은 착한 인성의 반영이고 일종의 품성이다. 이런 품성이 없다면 인간관계는 얼음처럼 차겁게 될 것이고 이 세상은 불모의 땅처럼 거칠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라면 우선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하고 남의 가슴에 멍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인간관계의 례절면에서 나는 일본인들을 따라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일본이라면 늘 력사적으로 인한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력사는 력사이고 이질적인 력사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그들의 모든 면을 다 부정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일본에는 우리가 따라배워야 할 훌륭한 점들이 많다. 공중위생면, 국민자질면 등등 특히 나는 일본인들의 례절문화를 따라배워야 한다고 본다. 일본인들에게는 “스미마센(미안해요”, “고멘 나사이(용서하세요)”라는 말들이 일상생활용어로 되고 있다. 남한테 무엇을 물어보려면 꼭 먼저 “미안한데요, 저..”라고 말을 떼고 남의 도움을 받으면 꼭 “고마워요”라고 인사한다. 필자도 재작년 여름에 일본에 려행갔을 때 일본인들의 이런 습관에 길을 물어볼 때면 항상 “미안하지만..”, “여쭤봐도 될가요?”라는 식으로 말을 걸었다. 일본인들의 례절바른 모습은 지금도 나의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오사까에 있을 때 백화점까지 데려다준 친절한 중년녀성, 민박집 찾기에 한창 땀을 빼고 있을 때 나를 제꺽 도와준 청년, 도꾜의 박물관에서 카메라플래시(闪光)를 켜지 말라고 샹냥하게 조언해주던 녀성직원…
내가 매일이다싶이 일본 텔레비죤방송을 시청한 지 인젠 몇년 된다. 작년 여름에 NHK(일본방송협회)방송에서 아주 신기한 소식을 들었다. 일본에 ‘선배바람’이란 칸판을 건 음식점이 나타났었다는 것이다. 이 음식점에서 기업의 선배와 후배들이 모여 술좌석을 빌리면 선배들의 말 내용에 따라 선풍기가 돌면서 바람을 내풍긴다. 이 선풍기에는 “내가 너희들 만한 나이 때”, “내가 젊었을 때”, “네 같은 나이라면” 등 선배틀을 차리는 말투들이 3천개 이상 저장되여 관련 단어들이 선배입에서 튕겨나오기만 하면 다짜고짜로 강한 바람이 풍겨나와 호언장담자를 오싹하게 만든다. 이런 방법으로 선배틀을 차리는 사람에게 주의를 주고 후배들이 조바심없이 편안히 앉아 기분 좋게 술상대를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다시말하면 인간관계를 더욱 조화롭게 만들어 평화롭고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선배라 하여 우쭐대고 “팥으로 메주를 쓴다.”해도 그 말을 들어야 하는 일본 기업문화를 개변하려는 시도라고 여겨진다. 선배도 후배에게 감사해야 하고 후배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도 존중받는다. 사람마다 바른 례절을 지키면 인간관계는 보다 원활해지고 일상생활이 더 원만해질 것이다.

훌륭한 인간관계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면 우선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고마워할 줄 아는 것은 일종 인생태도이고 일종 생활철학이며 일종 인생경지이다. 어쩌면 인생성공의 필수과라고 할 수 있다. 고마워할 줄 알아야 생활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사람마다 일생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불가결의 ‘해빛’이고 ‘물’이며 ‘영양제’이다. ‘고맙다’고 머리숙여 인사할 때의 인간관계 만큼 아름답고 가슴이 찡해나는 광경이 없을 것이다.
인도의 위대한 시인 타고르는 “꿀벌은 꽃에서 꿀을 채취하고는 붕붕 고맙다고 떠나나 들뜬 나비는 오히려 꽃이 저한테 고마워해야 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대체의 뜻). 우리는 어떤 자태로 일상생활 속에서의 인간관계에 대면하겠는가?   
작가:허승룡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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