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티’와 ‘닙성’과 ‘으세으세’


날짜 2019-11-26 16:46:0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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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도 옷따위들을 ‘우티’라고 구사한다. 어렸을 때 익혔던 사투리가 입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뉘읍치(륙진방언)’ 절어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 시절 우리들은 옷을 ‘우티’라고 배웠고 ‘입성’도 옷이라고 알았다. 하지만 륙진방언을 구사하던 사람들은 입성보다 ‘닙성’이라고 발음했다는 사실이 더 재미있다. 이왕 ‘우티와 닙성’이라고 제목을 달았으니 먼저 사투리들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조선에서는 ‘우티’란 옷을 이르는 방언으로 황해북도, 함경남북도, 자강도, 량강도, 강원도에서 널리 쓰이는 방언이라고 소개하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전라도와 함경도에서 사용되는 방언이라고 소개한다. 두 나라의 해석을 귀납하면 경상도를 제외에 반도 전체에서 사용되는 방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입성’도 다르게 해석한다. 조선에서는 평안북도 방언이라는 반면 한국에서는 옷을 속되게 이르는 입말체로 평안북도와 함경북도에서 사용하는 방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우리들의 많은 사투리들은 입말체로 수습할 수 있는데 특유한 륙진방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화소통이 활발했던 내지환경과 소통이 적었던 두만강 륙진지역민들은 장기간의 생산과 로동생활 면에서 언어행위의 형식과 방식에 따라 토착화된, 글체가 아닌 입말체의 특수한 전형적 형태라고 보면 무난하다. ‘입성’이 ‘닙성’으로 발음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필자의 집에서는 이민1세대(代)라 할 수 있는 할머니는 ‘닙성’으로, 2세대(代)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입성’으로 발음했다. 그러나 3세대(代)인 우리 형제들은 그래도 ‘닙성, 입성’보다 옷이라고 부르는데 익숙했다. ‘치븐(추운) 동삼에 산으로 낭그(나무) 할라 갈 땐 뭐이 뭐이 해도 닙성이 든든해야 하우.” ‘입성’과 ‘닙성’은 이렇게 사용되였다.
문화적으로 우리들은 흔히 ‘사랑과 기침, 가난’ 이 세가지를 감출 수 없다고 정의하고 있는데 필자는 여기에다 한가지를 더 보태 네가지를 만들고 싶다. 바로 말투와 방언이다. 북도사람들은 흔히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사람들을 남도사람이라고 일렀는데 연변의 어느 마을에나 경상도거나 전도라에서 이민으로 건너온 분들이 계셨는데 1세대든 2세대든 이들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경상도거나 전라도 지역 말투와 방언을 고치지 못했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음절억양을 들어보고 어느 고장 사람이라는 걸 인차 판단한다. 이렇듯 말투와 방언은 임의로 수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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륙진방언 속에는 ‘우세우세’란 방언과 ‘줴이줴이’란 방언도 있다. 말체(구어체)라 사람과 지역에 따라 ‘으세으세’라고도 발음했다. 말 그대로 방언에 절었던 시골로인들에게 물어봐도 명쾌한 답이 없는 방언이라 현재는 말 그대로 말갛게 죽어버린 사어(死语)가 되였지만 방언에 흥취가 있는 훈춘 쪽 출신들이 호기심으로 이런 방언이 어디서 왔는지 그 어원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필자도 이 구어체에 대해 익숙했지만 당장에서 명쾌한 대답을 하기 어려운 한계에 빠지면서 중세어의 잔재가 아닐가 의심해보기도 했다. 대개  비감하다, 눈물을 흘린다는 의미와 련동되여 사용되였다는 것만은 알았다. 시골 할머니들이 모여서 한담하면서 “아무개 로친은 산판에서 생떼 같은 큰아들을 잃고 우세우세 운다우.” “어시사 자식 먼저 보내무 가슴에 묻는데 으세으세 울겠지.” 이런 대화를 들은 당시는 그저 사이사이 혹은 시간나고 생각날 때마다 이런 뜻인가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만강을 건너온 후 중국인들과 접촉하고 한어말을 직역하면서 나온 ‘본첨’, ‘짐작’, ‘첨작’, ‘수작’ 같은 언어들과 거의 동시에  출시된 방언이 아닐가 기웃거려본다. 왜냐하면 ‘우세’란 한어 雨势의 직역이다. 비가 내리는 기세란 말이다. 말하자면 너무 비통해서 눈물을 비오듯 흘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세우세’는 비가 내리는 기세를 강조한 말체(구어체)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으세으세’는 ‘우세’에 그 어원을 두고 파생한 방언으로 볼 수도 있겠다.

‘줴이줴이’란 방언도 있다. 조용하라는 뜻이다. 어려서 방학 때마다 우리 조무래기들은 친구집에 떼로 몰려가서 웃고 장난하고 떠들면 그 집 ‘아매’거나 ‘아바이’들은 “이넘들아, 그만 괏따치구(고아대구) 좀 줴이줴이 놀아라.”라고 잔소리를 했다. 우리 언어에서 마구 두들기거나 패는 걸 조긴다고 한다. 그런데 이 ‘조긴다’를 방언으로 ‘줴긴다’, ‘줴겨라’로 발음된다. 혹자는 이 ‘줴이줴이’를 빨리빨리란 뜻이 아닌가 묻기도 한다. 방언의 말체란 확장력이 특유하다. 일을 재촉하거나 시간을 재촉할 때 ‘줴이줴이 답새기우’라고도 혼용해서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지난 90년대말 필자가 처음으로 한국 가서 경주의 전통시장에서 두 상인의 말싸움을 구경했는데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 당시는 같은 언어를 구사하고 같은 문자를 통용하면서도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일에 우울한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문화 다양성이란 구호를 웨치면서 그 우울감에서 언녕 해탈했다. 남쪽 분들도 연변에 와서 우리 조선족들의 말싸움을 알아들을 수 있는 개연성이 없을 것이다. 말체의 지방특색도 문화차이라면 말이 되는 것이고 문화적 특산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닐 것이다.  
작가: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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