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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요, 택배 아저씨”


날짜 2020-11-12 14:53:14 조회

년초부터 느닷없이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앞만 보고 달리던 현대인들의 생활절주는 갑자기 고장난 벽시계처럼 속도를 멈추었다. 매일 업그레이드 되는 감염자와 사망자 통계수치는 우리의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시켜놓았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언제나 동전의 앞뒤면처럼 공존했으니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온라인 소비인 듯싶다. 마스크와 소독수, 세정제와 각종 보건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오프라인 매장이 휴업을 선언함과 동시에 온라인 시장은 전례없는 성수기를 맞이하게 되였다.
온라인 소비의 폭증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과 밀착교제를 해온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물류 일선에 종사하는 택배기사 일명 택배 아저씨(快递小哥)들이다. 일시중단된 공공기관과 회사업무에 많은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휴가를 즐기는’ 데 비해 이들의 업무는 오히려 과부하 상태에 놓이게 되였다.
택배 아저씨들은 매일 마스크를 몇개씩 번갈아 착용하면서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들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배송했다. 아빠트단지마다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던터라 아침 일찍 크고 작은 택배들을 지정된 구역에 진렬해놓고 수신자들에게 전화를 한 후 택배를 찾아갈 때까지 추운 밖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아빠트단지마다 선착순으로 사용 가능한 택배 보관함이 설치되여있지만 엄청난 택배수량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부분 택배 아저씨들은 사물함 사용을 아예 포기하고 아빠트단지 밖에서 대기하는 쪽을 선택한다.
가끔 외출을 할 때면 추운 밖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빵이나 만두로 끼니를 때우는 택배 아저씨, 감기에 걸려도 주변의 눈치가 어려워 기침 한번 제대로 못하는 택배 아저씨들을 만나게 된다. 비상시기에도 자신의 일터를 굳건히 지키면서 본업에 충실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선이였다.
그러다 필자는 어느 한번 사소한 일로 택배 아저씨와 얼굴을 붉힌 적이 있었다. 아들애가 입맛이 없다고 밥투정을 해서 고향에 계시는 엄마에게 부탁해서 소고기를 보내달라고 했다. 신선도를 보장해야 하는 고기인지라 엄마는 제일 비싼 택배회사를 찾아 당일 배송으로 보냈다는데 3, 4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택배회사에 전화를 해보니 이미 배송이 완료되였다고 했다.
남편을 추궁해 보니 남편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택배회사에서 알려준 전화번화로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 따져물었다.
“택배는 이미 배송완료되였는데요.”
애된 목소리의 택배 아저씨가 표준어가 아닌 방언을 섞어가면서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물건을 찾지 못해 부아통이 터지는 데다가 생소한 발음으로 변명을 늘어놓는 그의 태도는 나를 더욱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택배회사에 신고를 하겠다고 으름장까지 해놓고 핸드폰을 꺼버렸다. 그리고 밀린 가사일을 하느라 그만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해 집으로 들어오면서 수입식품마트 로고가 찍힌 비닐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집 아래에서 한 택배 아저씨가 주더라고 했다. 나는 그제서야 오후에 택배 아저씨와 실랑이를 벌렸던 일이 떠올랐다. 황급히 휴대폰을 켜보니 부재중 전화가 10여통이나 걸려와있었다.
순간 나는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는 그 택배 아저씨에게 너무 미안했다. 다시 전화를 걸어서야 자초지종을 알게 되였다. 그 안씨성을 가진 택배 아저씨는 스무살 되는 대학생인데 전염병 기간에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니 림시로 택배기사 일을 찾아하게 되였다고 했다. 아직 업무에 익숙치도 못한 데다 또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지다 보니 가끔 이런 실수를 한다는 것이였다. 필자의 택배는 다른 집으로 배송되였는데 배송된 집에 찾아가니 그 집 주인이 모르쇠를 대더라는 것이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퇴근 후 수입식품마트에 가서 택배정보에 적힌 수량 만큼 소고기를 사서 변상하러 우리 집까지 찾아왔는데 출입문에 막혀 줄곧 밖에서 기다리다가 면바로 우리 남편을 만났던 것이였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으니 회사에는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젊은 친구가 온종일 이 일로 속을 태웠을 것이 눈에 떠올랐다. 사비를 털어서 샀을 이 소고기도 엄마가 사 보내신 소고기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싸고 이 돈을 벌려고 며칠 고생해야 할 그를 떠올리니 ‘갑질’ 했던 필자의 행동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어찌됐건 비싼 소고기를 받아쥐고 나니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 이튿날 나는 그 소고기로 장졸임을 정성들여 료리했다. 그리고 예쁜 도시락통에 넣어서 택배 아저씨들이 모이는 장소로 가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바쁜 그의 업무 때문에 끝내 얼굴을 보지 못하고 그의 동료한테 보자기를 넘겨주고 집에 돌아왔다. 시간이 한참 흘러 그로부터 고맙게 잘 먹었다는 감사의 문자가 왔다. 그리고 친절하게 나에게 인증샷 몇장도 함께 보내주었다. 차가운 밖에서 작업복을 입은 몇몇 젊은 택배기사 아저씨들이 만두에 장졸임을 먹으면서 활짝 웃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였다.
그렇게 나와 젊은 택배 아저씨와의 인연은 일단락되였다. 아직도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나는 매일 수많은 택배 아저씨들을 만난다. 길거리에서, 아빠트단지 입구에서 그리고 뉴스를 통해 최전방에서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과 의료제품을 배송해주었던 수많은 택배 아저씨를 만난다. 마스크를 껴서 얼굴은 분간하기 어렵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본업에 충실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일터를 지키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도 한가닥 희망을 잃지 않고 위로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전염병 사태를 두고 “한 시대의 먼지 한올도 인간 개인의 머리 우에 떨어지면 하나의 산이 된다.(时代的一粒灰, 落在个人头上, 就是一座山)”고 했다. 우리는 그 산앞에 맥이 풀려 주저앉거나 갈팡질팡하지 않고 그것을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우직스럽게 그 산을 한삽 한삽 퍼서 옮기는 우공(愚公) 같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그 우직함이 때로는 미련스러울 만큼 보잘 것 없어서 그 존재를 간과하면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줄기 빛 같은 이런 우공들을 새롭게 만났다. 그리고 큰 산 같은 어떤 재앙도 종당에는 이들과 같이 본업에 충실한 이들에 의해 물러갈 것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가슴속에 품어본다.
희망을 어깨에 메고 오늘도 달리고 옮기는 그들이 고마울 뿐이다.  
 (필자는 북경삼지마을문학동아리 회원)
작가:한미화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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