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꺼’와 ‘하불’, ‘느아리’


날짜 2021-04-13 10:37:5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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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하불’은 방언이 아닌 문화어로 대접하고 한국은 ‘시트’라는 영어로 대신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대체적으로 ‘하부꺼’란 방언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하부꺼’란 ‘하불’이란 어원에서 파생한 방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하불에미(과부)’, ‘하불애비(홀아비)’를 ‘하부꺼에미’, ‘하부꺼애비’라고 칭하지 않으니 ‘하부꺼’는 외겹으로 만든 초라한 옷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사투리를 무랍없이 구사하는 사람들은 관성적으로 자신들의 편리한 구음 관습을 선호하면서 ‘하불에미’는 ‘하부레미’, ‘하불아비’는 ‘하부래비’로 ‘하불이불’은 ‘하부리불’로 발음한다.
필자는 우리 조선족 특유한 방언을 풀이하면서 선인들의 방언이 투박한 것 같아도 나름으로 그 방언 속에 지혜와 묘한 이미지가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오늘 풀이하는 ‘하부꺼’도 이 속에 들어있는 방언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불이란 안을 두지 아니한, 홑겹으로 된 이불을 말하는데 류의어로 단금, 홑청을 들 수 있고 풀이하면 홑이불쯤 된다. 이불이란 수면활동에 동원되는 보온장치로 안에 따스한 솜이거나 탄자 같은 것을 넣어서 두겹, 세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여기서 ‘하불이불’이라면 본질적으로 외겹으로 춥고 초라하다는 뜻이다.
륙진방언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우리 할머니들은 철모르던 어린시절 겨울에 옷을 적게 입으면 “치븐(추운) 동삼(겨울)에 하부꺼 입구 너털거린다.”고 잔소리를 했다. 솜옷을 입어도 추위를 타는 엄동설한에 초라한 옷을 입고 떨어댄다는 말이다. 필자의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청명 전까지는 그래도 두꺼운 옷 입고 나갔다가 더우면 벗어서 팔에 걸칠망정 절대로 하부꺼 입지 말아라. 골병든다.”고 훈육하셨다.
이왕 ‘하부꺼’란 방언이 나왔다면 여기에 반의어쯤 되는 핫바지란 의류명사도 여기에 슬그머니 끼여넣어볼 수 있다. 함경남도 사람들은 고쟁이를 핫바지라고 했지만 우리들의 핫바지란 대개 두터운 솜을 둔 겨울바지를 말하고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대명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핫바지를 만들 마땅한 천이 없어 탄성이 강한 솜과 장력으로 부걱부걱 괴여오르는 목천을 원단으로 서툰 손바느질로 만들었을 핫바지, 부둥부둥 부풀어올라 모양이 엉성한 핫바지의 뉘앙스에서 파생한 것 같다. 모양새가 초라하고 내구성이 약했던 핫바지, 후에는 원단 장력을 죽이고 모양새를 내려고 누볐는데 그 옷을 누비옷이라고 불렀다. 항미원조전쟁 참전 초기 지원군들이 입은 군복이 누비옷이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 안에 입은 솜옷도 누볐는데 그 우에 옥양목이라는 무명으로 지은 ‘와기’ 라는 웃옷을 끼여 입었는데 우리들은 누비솜옷 우에 ‘티껴입는다’고 표현했다. 기실 ‘와기’란 외투를 이르는 말이였는데도 그 시절 우에 입는 옷은 모조리 ‘와기’가 되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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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하부레미’와 ‘하부래비’가 재미있다. 뜻으로 풀이하면 홀어미와 홀아비지만 ‘하불’이란 외겹이불, 혹은 외겹천을 왜 과부거나 홀애비한테 덧붙였을가? 민간에서는 혼인을 ‘한이불 덮는 것이다’고 가장 구체적인 행위로 풀이한다. 그러니 여기에서 옹근 이불이 아닌 초라한 ‘하불’은 홀로 난 녀인과 짝을 잃은 남자에게 혼용해서 ‘하불어미’와 ‘하불아비’가 된 것이다. 하불이란 홀로 덮는, 춥고 초라한 이불이다. 어쩌면 짝을 잃고 홀로 난 녀인과 남성의 대명사 같기도 한 것이다. 근대의 혼인에서 녀성이 제일 먼저 준비하는 혼수가 솜을 두툼하게 둔 첫날이불이였으니 여기에서 ‘하불에미’, ‘하불애비’란 대체적으로 천륜지락을 모른다는 뜻으로 불쌍하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러니 춥다는 의미와 천륜을 모른다는 두가지 의미가 내포되였다. 그러니 ‘하불’+‘에미’, ‘하불’+‘애비’ 조합이 얼마나 절묘한가. 구차했던 지난 시기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하불어미’와 ‘하불애비’는 불가항력적인 객관적 요소가 그 원인이 되였고 타력적인 경제적 여력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가 없었다면 돈을 많이 벌어서 잘살겠다고 인위적으로 두 곳에 헤여져서 홀로 살아가는 현대판 ‘하불어미’와 ‘하불아비’ 군체는 어떻게 이름 지어야 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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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의 어원과 풀이를 하다 보면 방언의 특수성과 보편성 문제에 봉착해서 고민할 때가 있다. 필자가 여기에서 말하는 특수성이란 방언사용의 주체들과 지역성을 말하는데 이를테면 작은 지방이거나 나아가서 일족들만 혼용했던 방언군들이다. 례로 연변지역에서 통했던 ‘느아리’ 혹은 ‘느알’을 들 수 있다. 그럼 이 ‘느아리’, ‘느알’은 어디에 그 어원을 두었을가? 필자는 그냥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어벌쩡하게 서두른다는 ‘엉너리’라고 알고 있다가 방언의 변음 특성상 엉너리와 ‘느알’이 비대칭이여서 약간은 고민하다가 결국 ‘흥알’이란 문화어가 어원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흥알’이란 흥이 뭉쳐있는 알이라는 고유어로 마음이 흡족해서 저절로 일어나는 흥을 이르는 말이다. ‘느알’은 성격상 흥이 있어야 나오는 수작이다. 엉너리는 구음의 변화상 ‘느알’로 변할 개연성이 없지만 흥알은 구음의 변화에서 ‘흥알’, ‘능알’ 혹은 ‘느알’로 변음될 가능성이 풍부하다.
그런데 연변지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느아리’ 혹은 ‘느알’이 가지고 있는 재주라는 문화어 포재(抱才)와 혼용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으이구 그 아낙네 광판은(얼굴)은 쑬쑬해도 집안에서 느알이 많아서 남정네는 그저 헷써(즐겁다)해서 좋아하지므.”, “그 왕청집 첫째 며느리 그저 볼 게 아닙데. 노름(오락)판에서 느물때리구 느알 피우며 웃낄 때면 누가 당한다구.”, ‘느아리’, ‘느알’은 대개 녀성에 한해서 긍정적으로 사용되였고 남성에 한해서는 대개 포재가 동원되였다. “분희네 애비 오락판에서 포재 잘 부리지므.”, ‘느아리’ 혹은 ‘느알’은 대체적으로 젊은 녀성들보다 로부(老妇)들, 남성들보다 녀성들의 사용빈도가 더 많았다.
 
작가: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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