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하다’와 ‘책면’, ‘당면’, ‘호국씨’, ‘분토재’…


날짜 2021-06-08 15:15:4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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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에 ‘다용언어’라는 개념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방언에는 ‘다용방언’ 혹은 ‘만능어’가 있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그 례로 어떤 지방에 ‘거시기’가 있다.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난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로도 해석되고 감탄사로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로 해석되여있는 ‘거시기’는 하나의 대명사로 여러가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거시기한 곳에 가서 거시기한 것을 보고 거시기해서” 이 말을 들으면 여러가지 이미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시시한 곳에 가서 시시한 것을 보고 시시해서” 이렇게 알아들을 수 있고 다르게도 받아들을 수도 있다. 오죽하면 ‘거시기장터’라는 전통시장이름도 있겠는가? 여기에서 가장 이채로운 방언이 경상도 사람들의 “가가가가?”다. 풀이하면 “그 애가 바로 그 애냐?”는 뜻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방언이 있는데 바로 ‘영사하다’ 혹은 ‘령사하다’란 방언이다. 어떤 독자가 필자의 방언풀이를 읽고는 대체로 초라하거나 부끄럽고 수상한 행위에 대해서 쓰는 ‘영사하다’ 혹은 ‘령사하다’가 어디에서 왔는가 물었는데 필자도 확답하지 못했다. 방언 관련 글을 쓰면서 필자는 여러차례 언어학자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왔고 방언풀이에서 오차도 있을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오늘 첫번째 주제인 ‘영사하다’, ‘령사하다’는 방언에 익숙했던 필자에게 낯설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가지로 고민하다가 남의 이름을 몰래 쓰고 남의 눈을 속이다는 ‘영사(影射)하다’는 문화어가 기반이 되였을가? 혹은 영상(影像)에 그 어원을 두지 않았을가 추측해보았는데 그 근거로 ‘땐스배우’라는 신종 방언을 들으면서 그 추측에 한층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민간에서 말하는 ‘땐스배우’란 TV에서 나오는 소품배우, 영화, 련속극 탤런트를 희화화한 것인데 감정조절에 익숙한 탤런트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예술의 진실’ 세계에서 웃고 불고하는 모습에 비호감이 들어서 하는 말이라면 ‘영사하다’에서 영상도 이런 의미에서 고찰해볼 수 있지 않을가? 그쪽으로 기울다가 연변의 소품 <첫날 이불> 속에서 녀배우의 “녕(령감)감으 그만 영새를 피우시꽈이”라는 륙진 방언을 들으면서 ‘영사하다’가 ‘영새’에서 파생된 방언이라고 알았다. 그럼 ‘영새’는 또 어디에 그 어원을 두었는가? 토목이거나 공사를 한다는 역사가 그 어원이다. 어려서 필자는 한겨울 눈이 내리면 ‘착끼’라고 불렀던 창애를 놓고 참새를 잡는다고 밖으로 뻔질나게 나갔는데 할머니는 그때마다 “그까지 역새질에 겨울집을 얼구겠다. 그만 내펄럭거려라(나가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군 했다. 이렇게 보면 역사란 문화어는 오래동안 세월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나름의 구음습관에 따라 ‘역새’, ‘영새’, ‘영사’로 변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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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아는 감자와 고구마 녹말을 주원료로 하는 국수는 감자를 주원료로 하면 감자국수, 고구마를 주원료로 하면 고구마국수가 되는데 이 국수가 지방에 따라 ‘책면’, ‘당면’, ‘호국씨’, ‘대국국씨’, ‘분토재’… 그야말로 춘추시대 같은 형국이다. 먼저 훈춘지방에서만 통했던 ‘책면’을 들 수 있다. ‘책면’의 어원이 어렵지 않게 끓는 물에 녹말을 풀어넣고 그릇째 익힌 얇은 녹말 조각을 채를 쳐서 꿀을 탄 오미자 국물에 넣어 먹는 음식인 창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당면이라고도 하는데 이 당면은 중국어 ‘唐面’에 그 기반을 둔 것으로 중국 당나라국수라고 풀이하면 된다.
그런데 룡정지방이거나 두만강 류역마을들, 화룡 일부 지역에서는 ‘호국씨(수)’, 혹은 ‘대국국씨(수)’라고 했는데 그 어원이 어렵지 않게 중국국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는 데 반해 화룡 일부 지역에서만 혼용했던 ‘분토재’는 그 어원이 무엇일가? 결론적으로 중국어 ‘뻔툐(粉条)’를 직역하면서 구음습관으로 ‘분토재’로 굳어진 것이다. ‘분툐’, ‘분토’를 거치면서 현재의 ‘분토재’로 되였다. 여기에서 ‘재’는 의존명사로 볼 수 있다. 사람을 일컫는 자(者)가 ‘재’로 되여서 ‘분토재’가 된 것이다. ‘재’란 ‘치’와 비슷하다. 사람을 낮잡아 이르던 ‘치’는 ‘연길치’, ‘훈춘치’처럼 이상하게 변하면서 ‘탄광재(광부)’, ‘신깁재(신수리공)’ 같은 곳에서 홀하게 이르는 의존명사로 제멋대로 붙어다녔다.
이왕 국수이야기가 나온 김에 야사 같은 이야기 하나 하자. 원세개가 북경에 들어온 후 어느 날 식탁으로 프랑스공사 셋을 청했는데 나이프(양식에 사용되는 작은 칼)와 포크(고기, 과일 같은 걸 찍어먹는 서양식 식탁도구)에 익숙했던 셋은 아무리 가르쳐도 중화권에서만 익숙했던 절을 사용할 줄 몰랐다. 절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자꾸 절에서 빠져달아나서 ‘망신채’로 격하되는 국수볶음채를 집을 수가 없어서 서로 눈치를 보면서 고민하는 식탁풍경 속에서 국수볶음채를 먹던 원세개의 코구멍으로 국수오리가 튕겨나왔다. 분명 실수였는데도 프랑스공사 셋은 중국식 국수는 이렇게 먹는구나 오해하고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도저히 국수만은 그렇게 먹을 재간이 없다고 했는데 유모아 같아도 국수오리가 장력이 세고 매끌거리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음식학자들은 국수는 홀로 맛을 낼 수 없고 영양가가 없어 돼지고기 같은 육류와 결합해야 비로소 맛을 낼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전통음식재료중 국수 만큼 시장수요가 넓고 식감이 별로 없는 음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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