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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람들의 행복

– 천지개벽의 변화 가져온 청산촌
날짜 2021-12-09 14:32:47 조회


화룡시 룡성진 공농촌에서 반시간 정도 걸으면 청산촌에 도착할 수 있다. 매일 걷기운동이 일상으로 된 나와 친구는 한국으로 간 동생의 집과 터밭을 돌아볼 겸 오늘은 청산촌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산굽이를 에돌아 흐르는 세멘트포장관개수로를 따라 걸으니 길녘에 무더기로 피여난 들국화꽃 향기를 실은 산들바람이 불어와 머리는 한결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들국화 한묶음 꺾어들고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걷는 사이 어느결에 청산촌에 다달았다.
해란강 다리를 건너 마을 아래쪽에 자리 잡은 동생의 집 그리고 고추와 가지, 도마도, 줄당콩 등 가지휘게 달린 남새밭을 둘러본 다음 나와 친구는 마을구경에 나섰다. 마을 복판을 가르고 뻗은 널직한 세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한폭의 수채화를 방불케 하는 마을풍경에 나와 친구는 감탄을 련발한다.
“와 집도 잘 지었네…”
오늘날의 고향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가져왔다. 국가의 빈곤층부축 사업이 시작되여 불과 몇해도 안되는 사이에 비가 오고 눈이 올 때마다 근심걱정이 많았던 초가집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쾌적한 벽돌기와집이 쭉쭉 일어섰다. 쓰레기 하나없이 깨끗한 골목포장도로도 좋지만 아담한 벽돌집을 에워싼 고풍스러운 벽돌담장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색다르게 꾸며진 마을풍경에 나와 친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새롭게 탈바꿈한 마을길을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소꿉동무들과 시름없이 뛰놀던 동년시절이 떠올랐고 그 시절 째지게 가난했던 고향마을의 모습들이 눈앞에 아련히 떠오른다. 
나의 고향은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심심산골 마을이다. 봄이면 뒤산마루에 살구꽃이 하얗게 피여나고 앞산자락에는 연분홍 진달래와 산언덕마다에 노란 민들레꽃, 도라지꽃, 나리꽃과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꽃들이 앞다투어 피여 꽃동네로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는 경치가 수려한 아름다운 산촌마을이다.
손꼽아 세여보니 고향을 떠난 지도 어언 45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갔다. 마을 앞 버들방천 숲이 우거진 사이로 해란강은 오늘도 변함없이 줄기차게 흐르고 있다. 어린시절 해빛이 쨍쨍 내리쬐는 삼복철이면 해란강에서 목욕하면서 물장난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변덕 많은 동장군이 해란강을 떵떵 얼구어놓으면 우리 소꿉친구들은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썰매타기에 신났다. 그 시절 산 좋고 물 맑은 아름다운 산촌마을이였지만 싸리나무 울바자를 두른 볼품없는 초가집에 전기도 없어 집집마다 석유등을 사용했고 마을 복판에 자리 잡은 드레박우물은 마을사람들의 유일한 음료수 원천이였다. 비 오면 질척거리는 골목길마다 개, 닭, 돼지 분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는데 길을 걸을 때마다 물 고인 땅과 집짐승의 분변을 요리조리 건너뛰며 다녀야 했다. 한가한 겨울철이 오면 개털모자에 두툼한 벙어리 장갑을 끼고 호미와 삼태기로 길바닥에 얼어붙은 집짐승의 분변을 줏던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데 마을로인들이 길옆에 모여서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시절 한마을에서 함께 지냈던 고향분들이라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가 살았던 집터를 찾았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어 동네분들과 물었다. 우리 집터에 자리 잡은 집을 비롯하여 누구누구네 집이라고 상세히 알려주었는데 하나같이 도시 아빠트 부럽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친구는 지금 농촌이 도시 못지 않게 살맛난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뒤쪽 골목길에 들어서니 옛날 소학교 운동장 아래에 아담한 촌민위원회가, 바로 옆에는 로인활동실도 있었다. 알른거리는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니 어느 알뜰한 주부의 손길이 닿은 듯 집안은 깨끗하고 정연했다. 세면이 산에 둘러싸인 마을이여서인지 산소생산공장에 들어선 듯 공기가 한결 맑고 시원했다.
로인활동실 앞에 예쁜 벽돌담장을 두른 문구장에는 마을로인들이 한창 성수나게 문구를 치고 있었다. 문구장 뒤편 긴 걸상에는 10여명 로인들이 모여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나와 친구를 보자 자리를 내여주면서 열정적으로 맞아주었다. 언제 어디에서 보나 항상 변함없이 정이 넘치는 고향분들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향 떠나 몇천리 밖에 있어도 고향정을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닐가 생각된다.
문구장에 나온 로인들은 저마다 곱게 차려입고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여서인지 모두 70대 로인들이였지만 하나같이 젊고 씩씩해보였다. 나와 친구가 지금의 로인들은 70세, 80세라도 옛날의 로인들보다 많이 젊어보인다고 하자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세월이 좋아 날마다 근심걱정없이 호의호식하니 젊어보이지.”라고 하면서 행복에 겨워했다. 고향사람들은 중국처럼 백성이 살기 좋은 나라는 없을 거라면서 이 세상 지구촌에서 중국공산당 정책이 제일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내든다. 그들은 “촌민들이 환경이 좋고 궁궐 같은 벽돌집에서 정부의 여러가지 혜택을 받으면서 근심걱정없이 복을 받고 지내는 것은 촌민위원회 성원들과 촌주재 빈곤층부축사업대가 한마음한뜻이 되여 많은 수고와 고생을 한 덕분”이라면서 감격해했다.
올해, 청산촌 당지부 서기이며 촌민위원회 주임인 허룡국은 사업성과를 인정받아 룡성진 모범공산당원으로 당선되는 영예를 지녔다. 허룡국은 몇년 전 제대하면서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도시의 반듯한 직장에 취직할 기회를 단연히 포기하고 나서 자란 고향마을 건설에 자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소망 하나로 고향마을에 돌아온 젊은이가 대견하다고 촌민들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향분들은 서로 뒤질세라 촌민위원회 자랑에 동참했다. 이번에는 70세를 지척에 둔 로인협회 회장이 로인들의 구미에 맞게 활동을 다채롭게 조직하여 한적한 시골마을이지만 로년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로인활동실을 청소하고 학습일을 정해《지부생활》,《로년세계》 잡지를 읽고 당의 목소리와 전국 각지 로인들의 선진사적을 함께 학습한다고 한다.
청산촌에서는 령지버섯을 재배하여 년말이면 창출한 리윤을 촌민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해주는 등 조치로 촌민들이 치부하도록 적극 도와나선다고 한다. 촌민들의 말에 의하면 허룡국 서기는 촌민회의를 할 때마다 “금후의 사업목표는 촌민들의 행복지수를 부단히 높여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환경이 아름다운 마을로 건설해 고향을 떠났던 고향분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오손도손 화목하게 잘살아가는 것”이라 강조한다.
고향의 부름에 호응해서일가? 외국로무로 10여년간 부지런히 일해 도시에서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탄탄한 경제실력을 갖춘 촌민들도 정부의 빈곤층부축으로 날따라 아름답게 변모하는 마을환경과 고향의 산과 물, 고향정이 그리워 고향에 돌아온다고 한다.
오늘의 청산촌은 촌민들 대부분이 70대 로인들이지만 지금도 부지런한 농민의 본색으로 닭, 게사니 사양은 물론 터전에 여러가지 남새를 심어놓고 알뜰히 가꾸고 있다. 봄이면 산에 올라 산나물을 뜯고 송이버섯철이 오면 산발을 주름잡으면서 송이버섯을 채집하여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색 바래지 않는 넉넉하고 풋풋한 시골인심으로 서로 보살피면서 화목하게 살아가는 것이 고향사람들의 행복이 아닐가 생각한다.    

(필자는 화룡시 룡성진 공농촌 촌민)
작가:원죽순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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