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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판’과 ‘실례했쑤꾸마’


날짜 2022-01-14 08:48:2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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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 70~80년대 농촌에 생산대가 건재하고 있던 시절이였다.
어쩌다 치른 술상 끝이면 꼭 오락판이 실행되였다. 거기에다 결혼, 회갑 같은 경사에 오락이 없다면 례식에 핵이 없는 모양새가 되여 아주 상시적인 식이 되여있었다. 이런 오락판에 꼭 오락판 ‘주석’이 있었는데 이 ‘주석’은 능청맞고 유머가 많은 것이 전제조건이 되여 오락판의 흥그러움을 좌우하게 되여있었다. 그 시절 타민족들이 기웃이 들여다보면서 “당신네들은 참으로 놀 줄 안다.”고 부러워하면 은근히 어깨에 힘을 주군 했다.
그런데 어느 시기부터 자기 차례가 되여서 노래나 춤을 추고 나서 그 뒤끝에 아낙네들이 꼭 두 손을 마주잡고 경례를 하면서 “실례했쑤꾸마.”를 련발하군 했다.
‘실례했쑤꾸마’, ‘실례많았쑤꿔이’가 류행어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네가 실례했다면 나도 실례했다고 말해야지…’ 식이였다. 현재 련발되는 ‘쎄쎄(谢谢)’ 같은 맥락이였다. 따지고 보면 실례한 일도 없는 데도 아마도 어느 장소에서 유식한 분이 진정으로 실례를 한걸 알고 내뱉은 듯한 실례가 람용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말이나 행동이 례의에 벗어나서 량해를 구하는 인사로 쓰는 경우인 데도 그 실례가 유식한 언어 같아서 모르면서도 무작정 람용했다는 점이 지금 보면 재미있다.
우리들의 오락판은 지난 세기 50년대 열혈청년들이 손풍금연주에 맞추어서 강변이거나 공원 같은 곳에서 청년들의 전용이였던 합창과 원무가 원조가 아닐가 기웃거려본다. 그 시기 새 중국이 탄생하면서 중국사회는 격앙된 시기를 맞이했는지라 그런 풍토에서 청춘을 맞은 청년들이 더 열혈적으로 격앙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도 그 시절에 우리가 불렀던 노래들을 ‘챙개(唱歌)’라는 방언으로 대신하는데 이건 어페로 ‘창가(唱歌)’의 사투리다. ‘창가’란 명사는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19세기말에 나타난 근대 음악형식의 하나로서 우리 민족에게 속한다면 다른 한가지는 노래를 부른다는 한어 동사 ‘창(唱)’과 명사 ‘가(歌)’의 합성을 음차한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이 두 개념을 혼용하는데 시골에서는 ‘챙개’도 모자라서 ‘챈개’라는 함경도식 방언으로도 람용했다.
지금은 발라드, 랩, 트로트… 이름도 희한한 가곡류파들이 엎치락뒤치락이지만 그 당시 우리들이 불렀던 ‘챙개’들은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연변가곡으로 <고향산기슭>, <연변목가>…, 백모녀의 <북풍이 불어올 때>가 있었다. 하지만  두만강변에 살았던 필자는 조선영화 삽곡으로 나온 <남강마을 녀성들>, <꽃피는 일터>, <간호원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필자는 지금도 그 시절의 ‘챙개’들을 나름으로 ‘경전’이라고 추켜세우며 싫증 모르고 ‘레코드’를 돌리며 그 시절의 오락판을 흥그럽게 추억하고 있고 손을 맞잡고 ‘실례했쑤꾸마’를 람발하던 고향의 아주머니들을 떠올린다.
우리 세대들이 공유하고 추억하는 가곡들에 대해 아래 세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건 노래라 할 수 없습니다.” 아들놈부터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분명 음률이 있는데 왜 노래가 아니냐? 따지고 싶지만 부질없는 노릇이라고 중얼거리며 나름으로 홀로 느끼고 즐기며 아주머니들의 ‘실례’에 감동한다.
복고풍 체질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노래감상은 감상자의 성격과 취향, 성장환경, 개성에 따라 감수성이 굳어지는데 사람마다 각각이다. 하기에 동시대 사람이라도 한수의 노래에 대한 감상 방식은 달라진다.

필자의 경우는 ‘고향산기슭’, ‘오솔길’, ‘모교’, ‘동창생’, ‘오락판’, ‘실례’… 등을 머리 속에 떠올리고 가슴으로 시각화하며 표제적 감상, 잊지 못하는 과거의 생활경험으로 련상적 감상으로 굳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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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출신들은 학교생활을 떠올리면 아마 교실보다 로동과(课)가 먼저 상기될 것 같다. 실제로 당시에는 ‘농업상식’, ‘로동’ 등 과목이 지식형으로 첨부되여있었고 시골의 학교건물 뒤에는 대개 축사가 들어섰으며 깊은 산에는 학교에서 자체로 꾸리는 검정귀버섯장도 있었다. ‘쑈빤(校办)’이라는 신조어와 ‘반농반독(半农半读)’에 익숙했던 우리 세대들이다. 그만큼 로동일이 많았다는 얘기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우리들에게 제일 먼저 차례진 로동과는 깊은 산에 들어가서 나무를 심는 일이였다. 그것도 하루도 아닌 꼭 일주일이다.
우리가 잠자리로 정한 숙소는 도문 고을령 옛 도로 아래 림업 종업원들이 흙집 한복판의 기다란 봉당을 복도로 만들고 남북쪽 량옆에 구들을 놓은 맞배집이였다. 천정으로 대충 엮은 산자 사이에는 훼기된 절당 안에서나 볼 수 있는 거미줄이 질서없이 덮여있었고 먼지가 켜로 앉은 중방 우에는 밤마다 쥐들이 날치면서 찍찍 울어댔다. 
밤이 되자 휘도 한점 없는 칠칠야밤 속에서 기운이 무한정 뻗친 소년들의 무지한 장난이 터졌다. 몸을 뒤채이기 힘들 정도로 빽빽이 누웠는데 갑자기 흙덩이가 날아온 것이다. 이때로부터 봉당을 계선으로 남북이 ‘편싸움’을 시작한다. 잠간 사이에 흙벽이 허물어질 듯 뜯기웠다.
‘투닥투닥’, 어둠 속에서 흙덩이가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어이구, 나 죽네…” 어느 놈인가 엄살을 떨자 키들키들 웃음이 터진다. 백명도 훨씬 넘는 놈들이 저마다 흙덩이를 뿌리니 과히 어둠 속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져 수습할 수 없자 구석 쪽에 누웠던 담임선생님들이 부시시 일어나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며 “장난 그만하시오! 이제 장난치는 동무들은 밖으로 똘가(쫓아)내겠소!” 하고 엄하게 제지시킨다. 쾌재를 부르며 남북으로 갈라져 ‘편싸움’을 하던 우리들은 일제히 담임선생님 쪽에 흙덩이를 뿌렸다. 한마디 말에 과녁이 되여 만신창이가 된 담임선생님은 손전등을 끄고 그저 속으로 끙끙거렸다. 백명도 넘은 중학생들 속에는 자기 편에 흙덩이를 뿌리며 리간질을 하는 놈, 남의 베개를 빼앗아서 뿌리는 놈… 별의별 희한한 놈들이 다 있었다. 진짜 실례였다.
어둠 속에서 무지하게 진행되던 싸움은 날이 새도록 계속될 것 같은 기세였지만 다행이도 인차 멎었다. 건너편 숙소에서 녀학생들의 노래합창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무척 엄한 담임선생님의 제지에도 끔쩍 없던 우리였지만 녀학생들의 노래에 오뉴월 시골의 논판에서 울던 개구리가 울음소리를 끊듯 남학생들이 당장에서 슬그머니 장난을 멈춘 것이다. 노래지휘자가 따로 없이 즉석에서 합쳐 불렀던 노래소리에 슬그머니 귀를 기울였다. 웃기는 중학생들이다.
사춘기에 빠져있던 우리들에게는 영화 속에 등장한 이쁜 녀주인공들이 얼른거리며 정서로 다가온 것이다. ‘챙개’가 힘이 그렇게까지 강렬한 줄이야.
밖에서 후르르 참나무 우듬지를 스치는 봄바람이 터지고 부엉이와 소쩍새가 우는 그 속에서 들려왔던 노래가사는 필자의 련상적인 음악부호로, 감동으로 남았다.

“아버지 그건 음악도 오락도 아닙니다.” 오늘도 아들은 웃세대(父辈)들의 노래감상 수준이 과거에 머물렀고 시골의 헌 구들 우에서 울린 그 ‘챈개’가 고루하다는 기색이다. 아들아 너희들이 열창하는 현시대 노래도 따지고 보면 ‘창가’, ‘챙개’, ‘챈개’라고 하네라. 그리고 ‘KTV’라고 부르는 노래방도 역시 오락판이다. 아주머니들이 련발하던 그 실례가 없을 뿐, 그래도 그 실례가 있던 그 오락판은 진실했네라.   
작가: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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