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고 해 뜰 날

― 연변대학 7-309호 기숙사 방역일기
날짜 2022-05-19 14:35:51 조회


코로나19라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교정도 봉페식 관리에 들어갔고 캠퍼스 안에 어쩔 수 없이 ‘갇혀’버린 우리는 차츰 초기의 불안함과 답답함 속에서 헤여나와 나름 대로의 방식으로 주어진 일상을 즐기는 ‘노하우’를 익히게 되였다.
겨울을 이겨낸 따뜻한 봄날의 도래와 함께 교정에도 꽃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마치 그 봄날을 맞이하기 위해 조용히 그리고 굳건히 하나로 뭉쳐 이겨온 우리 대학생들의 모습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미소와 희망을 잃지 말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학부의 활동-‘청춘스쿨 동거동역 코로나19 극복 영상챌린지’가 시작되자 우리 기숙사 친구들은 너도나도 적극 참가했다.  
‘쨍하고 해 뜰 날’을 주제로 한 우리는 영상 속에 슬기로운 기숙사생활과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하여 노력하는 뜨거운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하였다. 
연변대학 범해운동장에서 지친 모든 분들을 응원을 하고 싶은 마음에 “길림성 화이팅, 연변 화이팅, 조문 화이팅”이라는 구호를 힘찬 목소리로 웨치기도 하였고 미술학원 앞에서 청춘은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명장면’을 촬영하기도 하였다.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며 영상편집을 하는 기숙사 친구 예나의 모습을 지켜본 나는 머리 속으로 잠간 우리 모두가 화려한 조명 아래에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쨍하고 해 뜰 날’, 겨울이 지나가면 당연히 봄이 오듯이 모든 사람들이 일심동체로 전염병을 이겨내고 나면 ‘쨍하고 해 뜰 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의심치 않았다.
우리 학부에는 ‘쨍하고 해 뜰 날’의 배달을 도운 수많은 사랑스러운 도시지킴이들도 있다.
자기의 고향인 길림성 집안시의 한 무역회사에서 실습중이던 18급의 림설원 선배는 전민 핵산검사 실시 소식을 듣고 예비당원으로서 선봉모범 역할을 발휘해 선뜻 두 발 벗고 지원해나섰고 연길시질병예방쎈터에서 급하게 오피스를 할 줄 아는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던 19급의 오연 선배는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두말없이 선뜻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두 사람 모두 비록 사회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였지만 힘든 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작은 키에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얼굴의 오연 선배는 외모와 달리 우렁찬 목소리를 소유했다.
이른새벽에 깨여나 10시간 넘게 이어진 작업에 방호복을 아끼려고 물도 별로 마시지 않았고 어른용 기저귀를 차고 채바퀴 도는 다람쥐보다도 더 빠른 발걸음으로 바삐 돌아쳤다. 하루종일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이 되풀이되다 보면 그 우렁찬 목소리도 풀이 죽어간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게 버팀목이 되여준 자원봉사자 팀원들 덕에 그 귀여운 얼굴엔 다시 생기가 돌고 목소리에도 힘이 차게 된다.
힘이 다 빠져 밥상에 마주 앉아 저가락을 떨군 적도 한두번이 아니였지만 오연 선배는 이 초연 없는 전쟁터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연 선배는 “함께 일해온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집에서는 다정한 엄마이고 든든한 아버지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가정을 뒤전으로 한 채 수많은 땀방울을 흘리면서 전염병 예방, 통제 사업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들을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 때가 많았다.”고 한다.
“빨리 집 가서 쉬고 수업을 하오,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
“조금만 더 하고 갈게요.”
봉사활동과 온라인수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다른 팀원들보다 먼저 집에 가야 할 때면 별의별 방식으로 자기를 ‘쫓던’ 팀원들의 모습들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고 하는 오연 선배이다. 끝까지 견지한 오연 선배와 림설원 선배 그리고 그 옆에 수많은 이름도 몰랐던 도시지킴이들 덕분에 ‘쨍하고 해 뜰 날’은 빠른 속도로 다시 배달되고 있는 중이다.
교정 밖에서 열심히 달린 여러명의 사랑스러운 도시지킴이가 있다면 학교 안에도 묵묵히 전염병과 싸운 학교지킴이들이 있다. 전교 학생들의 핵산검사를 위한 핵산검사소의 ‘개업’을 도와준 우리 반 남학생들, 그들과 함께였기에 더욱 즐거웠던 봉사활동…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코가 빨개지도록 밤늦게까지 고생한 남학생들의 기념사진에는 세상 제일 행복해보이는 웃음꽃들이 얼굴에 피여있다.
우리 숙사의 미령은 보도원 선생님을 도와 매일 숙소 위생검사를 했고 마스크도 전달해주었다. 선미는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수많은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격려의 편지에 고마움을 담아 전하기도 했다.

“병마가 도사리는 재난 앞에서 역주행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듯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꽃피운 봄이 전염병도 거뜬히 이겨낼 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멀지 않아 쨍 하고 해 뜰 날이 오게 되면 눈부신 해빛 아래에서 시원하게 기지개를 펴고 싶다.
작가:강영은 편집: 사진:리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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