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긴 홍색기억

― 6년간 로전사 촬영에 전념해온 리장삼
날짜 2022-08-11 10:53:17 조회


6년째 로전사들을 찾아 피어린 투쟁이야기를 듣고 로전사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는 기록자가 있다. 바로 연길시새세대관심사업위원회 부주임 리장삼(67세)이다.
지난 7월 15일, 해방전쟁, 항미원조전쟁 참전 로전사 김종묵(93세) 로인이 연길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리장삼은 로전사의 집으로 향했다. 그 길에 기자도 동행했다.
“안녕하십니까? 건강은 어떠하십니까?”
로전사에게 따뜻이 안부를 물으며 리장삼은 취재수첩을 펼쳤다 
“천천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언제 전쟁에 참가하셨습니까?”
리장삼은 량반다리로 앉으며 류창한 조선어로 물음을 묻고 정황을 하나둘 기록해나갔다. 로전사와 차근차근 대화를 이어가는 리장삼은 한족이지만 조선족마을에서 나고 자라 어려서부터 조선어를 배워왔기에 우리 말 소통에서 여느 조선족과 다름이 없었다.
“우리 연변지역에서 항미원조에 참가했던 대부분 로전사들이 조선족입니다. 조선어로 교류하면 로전사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사적을 더욱 상세하게 료해할 수 있기에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미리 준비해두었던 질문들을 통해 로전사의 사적을 료해하고 나면 리장삼은 번마다 그랬듯이 로전사에게 거수경례를 부탁하고 카메라 샤타를 누른다.
촬영을 끝마치고 연길시새세대관심사업위원회 판공실에서 리장삼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분은 해방전쟁시기에 참군하여 간호사를 맡았던 김춘화 로전사입니다. 올해 98세지만 아직도 정정합니다. 이분은 화룡에 거주하고 있는 항미원조 참전 로전사 김홍빈 로인입니다. 그리고…” 로전사들의 사진을 한장한장 보여주는 리장삼은 사진 속 로전사들의 성함과 사적을 줄줄이 외워나갔다. 폴더에는 군복차림으로 앞가슴에 빛나는 훈장을 달고 경건하게 경례하는 로전사들의 꿋꿋한 모습들이 저장돼있었다. 지금까지 리장삼은 254명 로전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들의 이름과 사적도 모두 머리속에 기억해두었다.
그는 6년 전 처음으로 찍었던 로전사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한다. “제가 첫번째로 촬영했던 로전사는 료심전역과 평진전역에 참가했던 왕서곤 로전사인데 당시 86세였습니다. 저를 반갑게 맞아주던 표정이 지금도 자주 떠오릅니다.”
로전사들을 찾아다니고 기록하는 일에 정성을 다해온 리장삼 역시 군인출신이였다. 21살의 청년 리장삼은 조국을 지키려는 꿈을 품고 중국인민해방군에 입대하였다. 부대에서 그는 참혹한 전쟁년대에 목숨 바쳐 싸웠던 전사들의 군인정신과 애국감정을 물려받았다. 퇴직 후 그는 항일전쟁, 해방전쟁, 항미원조전쟁에 참전했던 주변의 로전사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안타까운 마음은 미래를 책임질 새 세대들에게 로전사들의 정신을 전달해주고 기록해두어야겠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카메라를 메고 로전사들을 방문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였다.
“로전사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시간을 앞다투어 더욱 많은 로전사들을 찾아뵈여야만 소중한 사적들과 사진들을 남길 수 있습니다.”
로전사의 모습과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그는 관련 단서를 접하고는 아무리 먼곳일지라도 일일이 찾아가봐야만 시름을 놓았다. 몇해 전, 그는 북경 천안문에서 거행된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 및 세계반파쑈전쟁 승리 70돐 열병식에 길림성의 로전사 6명이 참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가장 빠른 시간에 당시 106세의 손정강 로전사를 만나뵙고 나서 몇달 동안의 시간을 리용해 기타 5명의 로전사를 찾아다녔다. 그중 항일전쟁 참전 로전사 진동안 로인이 통화에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을 어렵게 접하고는 주소까지 알아냈다. 한겨울이였지만 통화로 향하는 뻐스에 몸을 싣고 리장삼은 7시간을 거쳐 한달음에 로전사의 집까지 찾아갔다고 했다.
 

“진동안 로전사가 1949년, 새 중국 창건시 병사로 열병식에 참가했었고 2015년에 항일로전사로 열병식에 다시한번 참가했다는 사연에 저는 너무 감개가 무량해났습니다.”
리장삼은 시간과의 경주에서 조금만 뒤떨어져도 로전사와의 인연을 그저 스쳐지나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번은 로전사 사숙전의 주소지를 어렵게 알아내고 그 집을 방문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가 만나보려고 했던 사숙선 로전사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날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리장삼이 평소 발걸음을 재촉하는 원인이 됐다.
로전사들의 모습과 사연을 잘 보존하려는 생각에 리장삼은 《영원히 퇴색하지 않는 홍색기억》 로전사 화첩을 편집, 출판했다. 이 화첩은 그가 3년 반 동안 길림성 곳곳을 전전하면서 항일전쟁, 해방전쟁, 항미원조전쟁에 참전했던 190명의 혁명로전사들을 찾아서 렌즈에 담아 사적을 편집해 만든 작품이다. 화첩은 후세에게 애국주의교양을 비롯해 혁명전통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로전사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오늘날의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소중히 여기도록 이끌어주는 력사교과서가 되여준다. 화첩 뿐만 아니라 그는 100명 로전사의 모습을 담은 긴 화폭도 제작했다. 긴 화폭은 항일전쟁시기, 해방전쟁시기 및 항미원조시기로 도합 세폭이 있고 화폭마다 너비 1.2메터, 길이 15메터에 달한다. 화첩과 화폭 속에 담긴 로전사들의 확고한 눈빛에 애국주의정신이 빛나고 있었다.
“진달래는 지면 이듬해에 다시 피여나고 산봉우리에 쌓인 눈은 녹으면 이듬해에 다시 쌓이며 훈춘의 기러기는 가을에 남방으로 날아가 봄에 다시 돌아오는데 로전사는 우리 곁을 떠나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합니다…”
로전사들을 찾아 기억을 남기고 그 기억을 새 세대에 전하려는 일념으로 오늘도 시간과의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는 리장삼, 그의 발걸음은 또다시 소중한 기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작가:김설옥 편집: 사진:장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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