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4-04-12 14:52:31
날이 풀리기 시작해서 하늘이 한결 화창해지고 경치가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하는 4월, 제법 봄다운 봄이 공연의 막을 올렸다.
다섯번째 절기인 청명이 이 4월에 들어있다. 청명에는 보통 조상들의 산소를 찾아서 벌초를 하고 봉분에 가토를 하며 제사를 지내면서 조상을 기린다. 제사가 끝나면 가족끼리 제사음식을 함께 맛보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풍경이 아련하게 그립다.
이맘때가 되면 날씨가 따뜻해서 완연한 봄기운도 끝물인 남방에 비해 북방은 좀 더뎌서 눈이 아닌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이다. 청명날을 즈음하여 어김없이 비가 내리는 것과 같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날씨는 역시 선인들의 지혜구나 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우리 DNA(유전자) 속에는 수천년을 경험한 농경문화의 래력이 알게 모르게 새겨져있으며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걸 문학에서는 정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인류학에서는 진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4월이 되면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선 대지를 깨우는 봄기운에 마음이 공연히 싱숭생숭해지고 왠지 자꾸 외출하고 싶게 만든다. 해볕을 쪼이면서 산책을 하기에도 전혀 춥거나 덥지 않아서 좋은 계절이고 슬슬 야외에 나가서 피크닉 겸 봄나물도 캘 수 있는 계절이다. 파도 파도 땅은 다시 봄이 될 때마다 먹거리를 아낌없이 내준다. 그래서 자연의 은혜로움을 만끽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땅이 녹으면서 올라오는 습기는 흙냄새를 푸짐히 싣고 있어서 ‘아, 봄이구나̓ 감탄하게 만든다. 다른 계절에도 그렇게 피여나는 흙냄새가 있긴 하지만 봄의 흙냄새는 독특하고 미묘하게 생명의 약동을 품고 있다. 손톱처럼 야금야금 자라나던 일조량도 어느새 눈에 띄게 늘어나 저녁 여섯시가 이슥해도 해는 여전히 지평선에 걸려있다.
이맘때가 되면 겨울옷을 정리해서 넣고 봄, 여름 옷을 꺼내서 옷장을 채운다. 겨우내 묵은 집먼지도 털어내고 유리창도 깨끗이 닦는다. 만물이 새 단장하느라고 분주하다.
초봄도 늦봄도 아닌, 가장 봄다운 봄이 바야흐로 그 공연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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