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사춘기를 반영한 책들로는《홍루몽》,《백년의 고독》,《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수레바퀴 아래서》,《평범한 세계》,《데미안》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제롬 데이비트 샐린저의《호밀밭의 파수군》이다.
《호밀밭의 파수군》은 미국 작가 제롬 데이비트 샐린저의 자전적 장편소설로 작가의 체험을 소재로 쓴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론쟁을 일으켰다. 주인공 홀든이 학교를 싫어하고 상스러운 욕을 하며 술과 담배를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등 리유로 이 책은 한동안 금서였다고 한다. 반면 당시 전쟁 후 젊은 세대가 느꼈던 좌절과 분노를 이 소설이 정확하고도 시원하게 드러냈다는 리유로 베스트셀러가 되였고 현재도 매년 30만여부가 팔리고 있다고 한다. 엘리아카잔 감독이 영화화하고자 했으나 샐린저는 ‘홀든’(책속 주인공)이 싫어할가봐 두렵다고 하며 허락하지 않았다.
《호밀밭의 파수군》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학교에서 또 한번 퇴학을 당해 집에 돌아오기까지 3일간 겪은 일들이 독백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열여섯살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네번째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뉴욕의 거리를 헤맨다. 퇴학 사유는 성적이 불합격인 때문이였지만 사실은 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성장과정의 혼돈이 있었다. 부유한 계층에 속해있는 주인공은 현대사회의 추악한 속물의 근성과 지식인 계층의 위선에 염증을 느낀다. 방황 속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데 한결같이 신뢰할 수 없었고 그들의 위선과 비렬함에 절망한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면서 호밀밭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파수군이 되고 싶어한다. 질식할 것 같은 뉴욕을 벗어나 한적한 숲속에서 살고자 먼곳으로 떠나려고 결심한 주인공은 녀동생 피비의 믿음과 사랑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피비의 맑은 령혼이야말로 고독한 호밀밭의 파수군 홀든을 지켜주는 파수군이였던 것이다.
1. “싫어! 우울해!”
책에서는 비속어들로 변덕스러운 청소년의 심리를 생동하게 묘사하였다. 비속어가 짜증이 날 정도로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청소년의 분노와 초조가 많이 담겨있다. 홀든은 학교의 일체 즉 선생님, 친구들, 학업, 축구시합 등 모든 것에 싫증을 느낀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사춘기시절은 세계관, 인생관이 충격을 받고 방황하고 짜증이 나고 변덕스럽고 머리가 터질 것 같이 힘든 시기라고 한다.
2. “나를 리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홀든은 선생님, 친구들을 포함해서 방황 속에서 만나는 여러 인물들과 소통이 안된다. 시험에 불합격을 맞아 선생님한테 혼나는 홀든은 머리속으로 온통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련못이 얼어버리면 그곳에 살고 있던 오리들이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인가?’
호텔, 술집을 드나들고 택시운전수, 옛 녀자친구를 만나면서 3일 동안 돌아다닌 홀든은 도처에서 소통의 불가를 맛보게 된다. 그는 그 거부감에서 오는 우울성이 점점 심해져갔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귀머거리, 벙어리로 살고 싶다고까지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홀든에게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의 동생 피비이다. 피비는 달랐다.
“피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무슨 이야기를 하든 열심히 들어주군 했다. 정말 재미있는 건 피비는 그런 이야기들의 절반 정도는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진정한 소통은 열심히 들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어린 피비가 가르쳐주고 있다.
3. 홀든은 어른들의 기성세계의 위선과 거짓들을 보아냈고 역겨워한다.
하스 교장은 학부모들의 옷차림이나 직위에 따라 말투가 변하는 교장이였다. 학교에서는 또 엄청난 사기군을 데려다 강연을 시킨다. 게다가 홀든은 호텔에서 녀성 옷차림을 한 변태 남자를 만난다. 성인남녀가 서로의 입에서 물을 내뿜으며 즐기는 것도 본다. 그리고 치장을 요란스럽게 하고 자선 사업에 나서는 엄마의 모습…
아이들의 세계, 오염이 없는 순수한 자연의 세계를 지켜주겠다는 꿈은 이루어질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책 속의 주인공은 심리치료를 받고 새로운 학교로 가게 되였다고 끝을 맺는다. 피비의 사랑이 힘이 되였고 치료를 통해 사춘기의 아픔을 이겨냈던 것이다. 나중에는 미워했던 친구들이 그리울 정도로 치유가 되여 다시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사춘기는 깨끗한 아이들의 세상에서 복잡한 어른들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이다. 그것은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성장의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 깨끗함에 대한 갈망을 간직한다면 진정한 성장이 아닐가?
이런 사춘기를 반영한 책들과 내 사춘기 시절의 일기들을 읽어보면서 그때 그 감정, 그 느낌을 상기해보게 되였다. 현재 부모가 된 저 자신도 사춘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부모들이 사춘기에 대한 리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이상하게 내 사춘기는 모든 것이 귀찮고 부모님 잔소리, 선생님 잔소리가 그토록 싫었지만 내가 부모가 되고 립장이 바뀌여지니 예전의 방황이 까마득히 잊어진다. 더우기 사춘기는 여러가지로 혼란과 혼돈을 겪고 있는 힘든 시기이다.
“엄마도 그랬었어.”라고 말하면서 모순덩어리 아이들 감정을 공감해주어야 된다.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 아닌가. 아이들도 자기의 감정을 리해하지 못하고 좌우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닌가?’ 하고 고민할 것이다. 방황은 정상이고 누구나 겪게 되는 아픔이고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긍정해주고 공감해준다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버팀목이 되겠는가.
아이들에게 시행착오의 기회를 주어야 된다. 과오를 범하면 책임을 지게 하고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과정을 직접 겪도록 울타리를 좀 넓게 열어주면 어떤가? 물론 범죄나 부도덕한 도를 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아픈 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하고 책임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사랑하는 자식이 아픈 걸 원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아픔을 겪을 기회, 실패를 맛볼 수 있는 기회, 홀로서기 기회를 놓친다면 아이는 영원히 품안의 자식으로밖에 성장하지 못할 것이며 몸만 어른인 아이로 자랄 것이다. 그런 아이가 행복할 수 있겠는가.
다시한번 힘들고 방황했던 사춘기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그때의 아픔을 느껴본 책이였다. 그리고 그런 아픔들이 모여서 현재의 나를 구성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내가 나의 파수군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