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량식(人间食粮)》의 저자 앙드레 지드는 1869년 프랑스 빠리에서 법과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가톨릭교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여났다. 11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엄격한 종교적 계률을 강요한 어머니 밑에서 소년기를 보냈다. 소르본대학교에 진학한 뒤 청년기의 불안을 담은 자전적 소설《앙드레 발테르의 수기》(1891)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지상의 량식》,《배덕자》등을 통해 생명의 찬가를 노래하고 생명의 발현을 방해하는 모든 속박을 저주했다. 대표적 소설로《좁은 문》과《전원 교향곡》이 있으며 194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는 이 책이 그대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어느 곳으로부터든, 그대의 도시로부터, 그대의 가정으로부터, 그대의 방으로부터, 그대의 생각으로부터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바란다.”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지상의 량식》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1893년 아프리카를 려행한 작가가 작열하는 태양과 야성의 풍토에서 강렬한 생명력을 절감한 뒤 그동안 자신을 구속해온 도덕적, 종교적 륜리에서 해방됨을 체험하고 쓴 책이다.
시, 일기, 려행기록, 허구적인 대화 등 다양한 쟝르가 통합된 형식의《지상의 량식》은 모두 8개의 장으로 나뉘여있다. 1장에서는 시인 자신이 오늘의 재생과 부활에 이르게 된 변화의 과정을 요약하고 있다. 2장은 이제 더 이상 죄의 두려움에 억눌리지 않는 삶의 강렬함과 순간의 향유를 지향하는 개인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인 ‘준비된 마음의 대기상태’를 제시한다. 3장에서는 려행과 꿈과 추억을 통하여 관능을 노래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앙드레 지드는 흘러가버리는 시간의 슬픔을 묘사하는 한편 타자를 향하여 마음을 여는 것이 긴급하다는 점을 말한다.
《지상의 량식》에는 가슴을 치는 구절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여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인간이 령혼과 육신으로 온전한 행복을 향유한다면 그것이 죄악일 수 있는가?
지드는 신이 인간에게 모든 희열을 향유하며 삶을 충만하게 살도록 허락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설득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을 억압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부과한 도덕과 륜리라는 것이다.
‘화석화’한 지식을 던져버리라는 문장도 있다.
“우리는 언제 모든 책들을 다 불태워버리게 될 것인가! 바다가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
또한 스스로 고유의 자질을 찾으라고 권고한다.
“나의 책을 던져버려라. 그것은 인생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수천의 태도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대 자신의 태도를 찾아라.”
《지상의 량식》이 발표됐던 19세기말은 상징주의의 전성기였다. 앙드레 지드는 상징주의의 흐름에 대해 ‘예술이 자연스러움과 삶에서 단호히 분리되는 큰 위험 속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삶 자체의 생명력을 소중히 여겼으며 그 어느 류파에도 속하지 않는 삶, 독립된 자유 그 자체이고저 했다.
이 책은 그러나 출간될 당시에는 거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초판 1650부가 다 팔리는 데 무려 18년이 걸렸으며 처음 11년 동안 팔린 책은 겨우 500부였다.
당시 앙드레 지드는 이미 문단에 이름이 알려져있었으므로《지상의 량식》이 출간 당시 성공하지 못한 것은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익숙한 그 어떤 쟝르에도 속하지 않은 낯선 형식을 지녔기 때문이였다.
저자는 하늘보다는 땅, 신보다는 인간, 령혼보다는 몸 등에 대해 다루면서 우리의 욕망과 본능만이 삶의 라침판이 되여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은 오직 순간 속에 있음을 주장하면서 우리 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임을 일깨워준다.
책의 일부분을 공유한다.
“나는 가끔, 대개는 심술궂은 마음을 가지고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남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고 비겁한 마음을 가지고 많은 작품들에 대하여 실제 생각 이상으로 좋게 말했다. 책이든 그림이든 그 작품의 작자들을 나의 적으로 만들어놓을가봐 두려워서 말이다. 나는 때때로 조금도 재미있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고 어리석은 말을 무척 고상하다고 느끼는 척도 했다. 또 때때로 조금도 재미있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고 어리석은 말을 무척 고상하다고 느끼는 척도 했다. 또 때로는 따분해 죽을 지경인 데도 재미나는 척했고 사람들이 ‘좀 있다 가시죠.’ 하는 말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설 용기를 못 내고 앉아있기도 했다. 나는 너무나 자주 마음의 충동을 리성으로 제지했다. 반면에 마음은 침묵하는 데도 말을 하는 일이 지나치게 잦았다. 나는 가끔 남들의 동의를 얻기 위하여 어리석은 짓들을 했다. 반대로 내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남들이 동의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감히 하지 못한 일들도 많다.”
“나는 그대에게 희망을 건다. 그대가 굳세다고 믿으면 나는 미련없이 삶과 작별할 수 있다. 나의 기쁨을 받아라. 만인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것을 그대의 행복으로 삼아라. 일하고 투쟁하며 그대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면 그 어느 것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