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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턱에서


날짜 2023-03-12 10:23:08

시간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또 한해를 지나보내고 새로운 한해의 문턱을 넘어서게 되였다.
줄기차게 달려왔던 내 젊은 날을 돌아보니 이렇게 한해의 문턱을 넘어설 때면 늘 지난 한해에 나는 어떤 것을 이루었고, 새로운 한해는 또 어떤 것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정리하고 사색하면서 지내왔었다.
오랜만에 나의 블로그를 들어가보니 다시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어느 해에는 석사학위를 받았고 어느 해에는 번듯한 직장에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어느 해에는 선진사업자로 평의됐고 어느 해에는 중급직함을 받았으며 어느 해에는 정말 책을 펴내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쓰기도 했다.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좀 더 큰 랭장고를 갖고 싶다던 소원도 이루었고 좀 더 큰 집, 좀 더 큰 차로 바꾸고 싶다던 계획도 실현됐다. 알뜰히 짜놓았던 려행계획도 모두 뜻대로 이루어졌다.
이러저러한 기쁨을 총결지으면서 문장의 마지막에는 의례 “다음 해에는 꼭 무엇을 이루어야지.” 하고 결심발표를 첨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치 신이 나서 놀이터에 뛰여가는 어린이마냥 젊은 시절의 나는 씩씩하고 천방지축이였으며 생기로 차넘쳤었다.
떠오르는 추억에 슬며시 웃으며 내용들을 다시한번 훑어보았다. 이미 몇년 전의 일들인데도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웬일일가.
시간은 일정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그 일례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사람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갔다면 일각이 삼추같이 느껴질 것이고, 재미나는 영화를 보고 있다면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를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20대에는 시속 20킬로메터로, 30대에는 시속 30킬로메터로, 40대에는 시속 40킬로메터로 체감된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큰 변화가 없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 대뇌는 비슷한 정보들을 걸러서 버리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대, 30대에는 해마다 블로그에 써넣을 자랑거리 한두개씩은 있었으나 40대에 들어서서는 좀 뜸해졌다. 한창 좋은 시절에 너무 일찍 일상에 안주한 채 별다른 생각없이 살아온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난다. 이렇다 할 성과나 변화가 없다면 인생길은 철길 레일처럼 저기 끝까지 한눈에 빤히 보일 것이다. 무미건조한 인생은 실제 시간보다 훨씬 짧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을 길게 사는 방법은 부단히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정복하는 과정에 생기는 보람감으로 매일을 충실하게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깊은 밤, 나는 오랜만에 블로그를 펼치고 뭔가를 끄적이고 싶어졌다. 새해가 밝았으니 올해에 이루고 싶은 것을 정리해서 적어봐야겠다. 일일지계는 아침에 있고, 일년지계는 봄에 있다고 했다.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 두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며 그것은 목표를 완성하게 만든다고 한다. 잠에서 깨여난 지금이 마침 시작의 계절인 봄이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도전 없는 성공은 없다. 먼 후날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후회없이 살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만 노력해보련다.   
 
 
작가:리련화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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