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한창 농익어가는 8월의 막바지, 그날 퇴근길의 하늘은 너무 아름다웠다. 소나기가 쏟아지려고 그러는지 우중충하고 거대한 뭉게구름이 잔뜩 밀려오고 있는 그 틈서리로 눈부신 빛이 송두리채 대지에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서남쪽은 이미 구름이 하늘을 검게 가려서 당금 소나기를 토해낼 기세였고, 동북쪽은 아직도 쨍하고 파란 하늘이였다.
틴들(丁达尔效应), 그 장관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잠간 길 옆에 세우고 휴대폰으로 그 모습을 담았다. 휴대폰 카메라는 육안으로 느껴지는 그 분위기의 반의 반도 담아내지 못했지만 그 순간의 감동을 함께 하고 싶어서 나는 사진을 위챗 모멘트에 올렸다.
“멋있다” 또는 그와 류사한 댓글이 줄을 잇는 가운데 천진에 있는 친구가 이런 글을 달았다.
“고향에 있는 너희들이 부럽다. 고향의 하늘도 사람도 맛도 정도 모든 게 다 그립구나…”
어디서 고개를 들든 다 똑같은 하늘이고 똑같은 구름이겠지만 그 친구에게 고향의 하늘은 특별한 느낌을 주나 보다. 그 어디에 살고 있든 대부분 사람들의 삶의 반경이 대략 집과 직장이고, 그래서 도시의 규모와는 별개로 모두 어슷비슷한 삶을 살겠지만 그리움의 뿌리가 뻗은 고향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것은 이름 모를 광환이 있나 보다.
고향은 생명이 시작된 곳이고, 죽어서는 묻히고 싶은 곳이다. 어머니가 계시는 곳이고 포근한 안식처이다. 몸이 떠나도 생각이 머무는 곳이다. 떠난 자식들은 기다려주고 돌아온 자식들은 품어주는 곳이다.
평생을 한곳에서 지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따분하고 고루한 삶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 품에는 아무리 안겨도 싫증이 나지 않듯이 연변의 변화와 발전은 우리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고향, 특히 요즘의 연변은 하루밤이 지나면 새롭게 달라져있을 정도이다.
사회초년생이였을 적에 고향의 울타리를 벗어났던 나도 천진의 친구처럼 향수에 시달리다가 결국 나의 모든 그리움이 숨쉬는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나는 고향이 나를 먹여살려줄 것이라 굳게 믿고 씩씩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놀랍게 발전하고 있는 이 땅에서 고향이 나에게 내여준 모든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비옥한 땅과 감로수가 있다. 분명한 사계가 있고 청정한 공기가 있다. 가장 좋은 쌀이 여기에서 나고 그 쌀에서 나는 인심이 이곳을 윤택하게 만든다.
여기는 전국 각지에서 모두 관심을 가지는 민속풍정이 있다. 여기에는 또 세련된 센스가 돋보이는 간판과 청춘의 활력이 넘치는 거리가 있다.
여기는 교육의 고향, 축구의 고향, 가무의 고향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천성이 깨끗한 것을 좋아하고 흥이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 연변은 그런 사람들이 여러 민족과 조화롭게 어울려 일궈낸 아름다운 가원이다.
우리의 모든 사랑과 그리움이 모여 고향 찬가가 된다. 연변의 축가가 된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71번째 생일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