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남아야 력사가 있지요”


날짜 2021-05-12 14:44:17


사진은 한때 존재했던, 그러나 이제 사라져버릴 것들에 대한 명백한 증거로서 유한한 것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장의 값진 사진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많은 내용을 진실하게 기록하고 전달할 수도 있다.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 력사와 문화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일에 30여년을 넘게 골몰해온 기록자가 있다. 전 룡정시문화관 관장 리광평 로인이 그 기록의 주인공이다.
1939년, 조선 함경북도 경성군 어랑면 부산동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가 일본군이 고향땅에 군사창고를 앉히게 되면서 추방하는 통에 막무가내로 룡정으로 이주해왔다. 그런 원인으로 리광평(78세) 로인은 가족이주사를 비롯한 조선족이주사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1986년, 룡정시문화관 관장으로 사업하던 당시 여가시간을 타 조선족 력사, 문화에 대해 촬영작품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리광평은 1991년 룡정시문화관 관장직에서 퇴임하고 미술촬영부 주임으로 활약하면서 본격적으로 촬영에 전념하였다. 1995년에 다시 룡정시문화관 관장으로 사업하다가 2000년 퇴직한 후 일제의 식민통치 마지막 단계에 실시되였던 집단이민력사에 대해 조사연구를 진행하면서 촬영활동을 이어왔다.

그렇게 2004년 6월 10일까지 오토바이로 3만 5000여킬로메터, 2010년까지 택시와 승용차를 타고 수만킬로메터를 달렸다. 10년 남짓한 사이에 리광평 로인은 우리 주의 32개 향, 진과 95개 촌마을을 답사하고 집단이민로인, 일제강제징병대상, 일본군위안부 등 600여명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하였으며 일부 관련 증거물들을 소장했다. 사진필름 1500여통, 100여개 록음테프, 50여개 비디오테프, 200여만자 구술자료… 답사과정에 하루 수백킬로메터를 달려 저녁에 밥술을 놓기가 바쁘게 곯아떨어져도, 폭설로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진 채 몇십메터 끌러갔어도, 환갑년에 불의에 닥친 오토바이 사고로 ‘저승’의 문턱에까지 갔다오면서 결코 물러서지 않은 데는 리유가 있었다고 리광평 로인은 말했다.
“겨우 찾아간 로인들이 이미 저세상으로 가셨다고 할 때, 찾아간 로인이 이야기를 못하실 때, 다시 찾았으나 영영 만날 수 없을 때마다 저는 늦게 찾아온 자신이 한없이 안타까웠고 로인들의 건강과 운명과 달리기를 해야 할 긴박감과 사명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답사하는중에 잊지 못할 사례도 많았다고 리광평 로인은 말을 이어갔다. “김옥자라는 할머니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답사를 마치고 2년 뒤인 2004년도에 문안을 할겸 다시 할머니를 찾아갔더니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이웃들의 말에 의하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광평아, 왜 안 오니. 내 할 말이 또 있는데…’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 떠났다고 했습니다.”
빙설이 덮인 심산무인지경의 돗자리 막에서 개척의 보습을 박던 개척이야기, 잡목과 잡초가 무성한 허허벌판에 논을 개척하여 동북농업구조개변에 특수한 기여를 한 창업이야기, 일제경찰들과 맞서고 항일련군들에게 식량을 날라주던 항일이야기, 계급성분을 나누고 토지를 분배하고 인민정권을 세우던 민주혁명이야기, 결혼한 지 3일 만에 참군하여 해남도까지 해방하고 또 항미원조전쟁에 나가 용감히 싸우던 전쟁이야기… 수많은 이야기들을 발로 찾아 수집하고 기록하는 힘에 부치는 작업이였다. 퇴직 후엔 만년을 편안히 즐길 법도 한데 리광평 로인은 “내가 살아있는 한 이 시기의 력사자료 공백은 남기지 말자는 책임감 때문이라오.”라고 담담히 말했다.
로인들을 찾아 한시간이든 두시간이든 그들의 친히 보고 겪은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듣고 기록하고 록음하면서 함께 웃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면서 지나온 력사를 배우고 많은 사실들과 도리를 터득했으며 관련 촬영소재도 찾았다. 찍은 사진 밑에 그 인물의 출생지와 사연, 주인공이 들려준 이야기, 력사흔적의 가치를 간추려서 설명문을 달아줌으로 하여 사라져가고 잊혀지는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리광평 로인은 집단이민력사중 연변인민들의 항일전쟁사를 료해하게 되였다. 현재까지도 ‘3.13’기념사업회 회장직을 담당해오면서 ‘3.13’반일투쟁사에서 희생된 렬사들의 흔적을 되찾아 렬사기념비건설 사업에 참여하면서 소중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당창건 100주년을 맞는 올해, 리광평 로인은 자신도 풍작을 거두는 한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입당 55돐 기념해이기도 하고,《중국조선족 예술사-촬영편》,《중국 소수민족 복식계렬편》,《해란강 세전벌에 빛나는 배머리》3권의 책이 출판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향토교양교재-《일제 연변침략 죄행》사진집,《룡정시내 변모로부터 본 당의 따사로움》,《연변 사과배 탄생 100주년 사진집》도 출판 계획이라 소개했다.
“저희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지금까지 중국공산당의 덕분에 땅을 부치고 살게 된 은덕을 항상 마음속 깊이 간직해왔었고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후세에 소중한 자료로 남겨지게 된 것에 자부감을 느낍니다.”고 하면서 항상 당의 말을 듣고 당을 따를 것을 리광평 로인은 새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한테 당부했다.
지난해 8월, 길림성문화관광청에서는 성급 무형문화재 대표성 전승인 60명 명단을 발표했는데 그중 리광평 로인은 조선족 정월대보름 전통민속놀이인 ‘지신밟기’와 ‘달집태우기’로 성급 무형문화재 전승인으로 되는 영예를 가졌다. 희수를 넘긴 리광평 로인의 기록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작가:김철 편집: 사진:장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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