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인연

─ 삶과 문화
날짜 2021-05-12 14:57:18


세월의 속성이라 할가, 중년의 문턱을 넘어서면 자연 추억이 갈마들고 지나온 길 뒤돌아보면서 인생에 대해 음미하게 된다. 인생이란 뭘가? 그 내함이 하도 풍부하여 각자 해석도 각이하겠으나 너와 나와의 만남이 인연이 되여 한세상을 살아가다가 일생을 마치는 게 인생이 아닐가 하고 중지(众知)의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인생은 만남이다. 사회라는 한자에서 사(社)는 제사를 지내는 공공장소요, 회(会)는 서로 만남을 뜻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완전한 고독 속에서 살아갈 수 없으며 미상불 사회 속에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
현재 지구상에 76억 인구가 살고 있지만 누구와도 다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극소수의 사람들과만 자주 만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또한 만났다고 해서 다 좋은 인연이 맺어지는 것도 아니다. 뜻이 맞아야 인연을 맺을 수 있고 그 인연을 아끼고 보듬어야 깊은 인연으로 이어갈 수 있다. 우연한 만남이 아름다운 인연으로 승화하는가 하면 이미 맺은 좋은 인연도 허투로 대하면 나중에 악연으로 매듭짓게 된다.
어떤 것이 인연인가 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영국의 한 부유한 귀족집 아들이 시골에 놀러 갔다가 수영을 하려고 호수에 들어갔는데 그만 다리에 쥐가 나는 통에 익사할 지경에 이르게 되였다. 이때 길 가던 가난한 농부집 아들이 서슴없이 호수에 뛰여들어 귀족집 아들을 구해주었다. 농부의 아들은 능수능란한 수영재주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 둘은 헤여져서도 늘 편지를 주고받으며 끈끈한 우정을 이어갔다.
어느덧 그들은 소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였다. 귀족집 아들이 농부의 아들을 찾아와 물었다. “너는 이담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농부의 아들은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 그런데 우리 집은 가난하고 형제가 9명이나 돼서 난 공부하고 싶어도 학교에 갈 수 없어.”라고 의기소침해서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귀족집 아들은 가난한 농부집 아들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귀족집 가족은 런던으로 이사가게 되였다. 귀족집 아들은 자기의 목숨을 구해준 농부집 아들도 데리고 가자고 아버지를 졸랐다. 아버지는 선뜻 동의했다. 그렇게 농부집 아들은 귀족가족을 따라 런던에 가게 되였으며 귀족집의 경제후원을 받아 공부하게 되였다. 농부집 아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 나중에 자기의 소원 대로 런던의 유명 의과대학에 다니게 되였다. 졸업한 후에는 포도상구균을 연구하여 페니실린이라는 기적의 약을 만들어냈다. 이 의학자가 바로 1945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알렉산드 프레밍이다.
한편 그의 의학공부를 도와준 귀족집 아들은 뛰여난 정치가로 성장해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나젊은 정치가가 제2차세계대전 발발중에 페염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였다. 당시 페염은 불치병과 같은 엄청 공포스러운 병이였다. 그때 알렉산드 프레밍이 발명한 페니실린이 급송되여 나젊은 정치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농부집 아들이 두번이나 생명을 구해준 귀족집 아들은 다름 아닌 영국인들로부터 최고의 추앙을 받는 불세출의 수상 윈스턴 처칠이다. 우연한 기회로 만나 높은 덕성으로 아름다운 인연을 맺은 이들의 이야기는 과연 인연의 교과서요, 표본이라 하겠다.
성공한 사람들을 두루 살펴보면 하나같이 인연이 좋았다. “어리석은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만나도 스쳐지나고 보통 사람은 좋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며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이룬다.”는 경전의 글귀가 있다. 또한 “인연이 있으면 천리도 지척이요, 인연이 없으면 지척도 천리이다.”라는 격언도 있다. 틀림없는 진리라 해도 대과(大过)가 없다.
한학급에서 공부하는 동창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업자도 결국은 다 인연이 있기에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서로 질투하고 암투를 벌이는 것은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 일이다.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뭔가고 물었더니 대부분 현역시절 동업자들과의 불화와 반목을 들었다.
인연 가운데서도 가장 깊고 진한 인연은 아마도 부부의 연(缘)일 것이다. 남남으로 만나 서로 사랑하다가 가정을 이루고 새로운 생명도 탄생시킨다. 세상에 이보다 더 고귀한 인연이 또 어디에 있을가. 그러나 이 거룩한 부부의 연도 쉽게 맺고 쉽게 끊어버리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통탄할 일이다.
사람들은 인연의 완벽한 결과만을 보고 나에게도 이런 인연이 나타났으면 하는 욕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세상만사 모두 그러하듯이 깊은 인연은 절대로 쉽고 간단하게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리를 중히 여겼다든가 덕을 쌓았다든가 선을 베풀었다든가 해서 나중에 좋은 인연을 맺게 되고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결국 덕행(德行)이 길연(吉缘)을 맺고 인덕(仁德)이 길운(吉运)을 낳는 것이다.   
 
연일넷
 
작가:김태호 편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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